전체 글6 따뜻한 그리움... 그립다는 말이 눈물을 흘린다. 사랑하는가? 울고 있는가? 그리움이 안고 있는 진심을 나는 사랑한다. 그리움에도 따뜻한 향기가 있다. 서럽도록 진실한 사랑이 그리움을 끌어안고 간다. 꽃잎 언저리에서 흘러내리는 이슬이 사무친 그리움의 징표徴表이다. 깃발처럼 펄럭이는 그리움이 라일락 꽃잎처럼 날아간다. 언제쯤 우리는 이별이 이별에게 작별을 고하는 것을 볼 수 있을까? 이별은 보수적이고 이별은 달변가다. 낡은 의자에 이별이 앉아 오지 않는 사랑이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땅에 떨어져 죽은 새가 살아나서 은빛 날개를 흔들며 사랑을 찾아 날아간다. 영원히 죽지 않는 것은 음악이었다. 사람의 역사 속에서 영원히 연주되므로 결말이 없는 소설을 좋아한다. 영원을 향해 걸어가기 때문이다. 시간이 흘러가자 시계 상점의 시계들이.. 2025. 1. 27. 재독의 힘... 이마에서 흐르는 땀에 눈이 매워 계속할 수 없을 때마다 찬물로 몸을 씻었다. 책상으로 돌아와서는 방금 쓴 것을 다시 찢었다. 아직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편지를 남겨둔 채 끈끈한 몸으로 거실 바닥에 누웠을 때에는 파랗게 동이 터오고 있었다. 은총처럼 기온이 조금 내려가는 게 느껴졌다. 잠시 눈을 붙일 수 있을 것 같았고. 정말로 막 잠들었다고 느꼈을 때 그 벌판에 눈이 내렸다. 수십 년. 아니 수백 년 동안 멈추지 않고 내려온 것 같은 눈이. -『작별하지 않는다』, 한강, 26쪽.- ** 늘 비슷한 시간에 일어나 면경처럼 맑은 마음이 되어 책을 읽고 때로는 필사를 합니다. 그러다 짧은 독서 후기도 남기고 가슴이 시킨 대로 글을 쓰기도 합니다. 요즘은 한강 작가의 소설 한 편을 한 단락씩 반복해 읽.. 2025. 1. 24. 인공지능... "공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사람처럼 생각하는 인공지능은 이미 만들어져 있지만 외모가 사람처럼 생긴 로봇은 절대 만들 수 없다고 얘기하더라. 사람이 늙어가고 피부에 결점이 있고, 감정에 따라 혈색이 변하고, 미세한 근육에 떨림이 있고, 얼굴이 완전한 대칭이 아닌 점 등 이러한 불완전함이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만든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정보라- ** 월요일. 새로운 한주의 첫날. 어떤 기대감으로 창문을 열었고 새벽하늘엔 그림처럼 예쁜 달이 밤새 나를 기다린 것처럼 온 사방을 비춰주었다. 바람이 부드럽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오늘도 그런 하루를 보내고 싶다. 부드럽고 은은한 하루. 모두가 제자리로 돌아간 반듯한 하루를 기대해 본다. 굿모닝, 이란 예쁜 말을 쓸 수 있어서 더없이 감사한 시간...^^ 2025. 1. 24. 말... 말은 시간의 응집이고, 사람의 경험과 기억, 생각을 전달하는 매체다. 말은 시간이라는 맥락 안에서 생성과 소멸을 겪는다. 어떤 말은 살아남고, 어떤 말은 도태되어 사라진다. 지금 내 말은 거의 완전한 서울말인데, 나는 본디 서울말 사용자가 아니었다. 나는 전라도 북부와 충청도 남단의 경계에 있는 농촌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낸다. 시골에서 들을 망아지처럼 천방지축으로 뛰어 놀던 촌뜨기가 서울의 부모와 합가하면서 서울내기가 되었다. 충청도 입말에 익숙하던 내 고막에 서울말은 낯섦 그 자체였다. 어린 고막을 울리던 서울말이 얼마나 아름답던지, 나는 금세 서울말에 반한다. 고향의 입말과 서울말이 사뭇 다른데 놀라고, 나는 그 차이를 문화적 충격으로 흡수한 것이다. -장석주- ** 제가 좋아하는 시인의 말씀.. 2025. 1. 24. 작가의 창/마테오 페리콜리 "작가는 창으로 세계를 보고 독자는 책으로 작가를 본다."'파리 리뷰'에 실렸던 위대한 작가 50인의 창문의 기록튀르키예 작가 오르한 파무크의 애독자라면 튀르키예 이스탄불에 위치한 그의 집필실을 모를 수 없다. 문자 그대로 '충격적인' 풍경 때문이다.이스탄불 정중앙에 자리한 파무크의 집필실 창밖엔 보스포루스해협이 펼쳐지는데, 이 해협은 유럽 대륙과 아시아 대륙을 정확히 양분한다. 따라서 파무크 집필실에서 보이는 왼쪽 땅은 아시아, 오른쪽 땅은 유럽이다. 집 바로 앞엔 이슬람 종교시설 모스크 첨탑이 수직으로 치솟아 있어 이곳이 문명의 교차로임을 깨닫게 된다. 기자 역시 10년 전쯤 파무크 방의 사진을 보고, 표현 불가능할 정도의 경외감을 느낀 적이 있다.마테오 페리콜리의 책 '작가의 창(窓)'은 세계 .. 2025. 1. 18. 작별하지 않는다/한강 무엇을 생각하면 견딜 수 있나. 가슴에 활활 일어나는 불이 없다면. 기어이 돌아가 껴안을 네가 없다면. 이곳에 살았던 이들로부터, 이곳에 살아 있는 이들로부터 꿈처럼 스며오는 지극한 사랑의 기억. 한강은 모든 작품에서 역사적 트라우마와 모이지 않는 규범들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각각의 작품에서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다. 육체와 영혼. 산 자와 죽은자의 연결에 대한 독특한 인식을 지니고 있으며. 시적이고 실험적인 문체로 현대 산문의 혁신가로 자리매김했다. 작가가 소재를 택하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강은 하게 만든다. '5월 광주',에 이어 '제주 4·3'에도 한강의 문장을 통해서만 표현될 수 있는 영역이 있었다고 믿게 된다. 학살 이후 실종된 가족을 찾기 위한 생존자의 길고 .. 2025. 1. 16.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