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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하지 않는다/한강

by 로당작가 2025. 1. 16.

무엇을 생각하면 견딜 수 있나. 가슴에 활활 일어나는 불이 없다면. 기어이 돌아가 껴안을 네가 없다면.

이곳에 살았던 이들로부터, 이곳에 살아 있는 이들로부터 꿈처럼 스며오는 지극한 사랑의 기억.

한강은 모든 작품에서 역사적 트라우마와 모이지 않는 규범들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각각의 작품에서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다. 육체와 영혼. 산 자와 죽은자의 연결에 대한 독특한 인식을 지니고 있으며. 시적이고 실험적인 문체로 현대 산문의 혁신가로 자리매김했다.

작가가 소재를 택하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강은 하게 만든다. '5월 광주',에 이어 '제주 4·3'에도 한강의 문장을 통해서만 표현될 수 있는 영역이 있었다고 믿게 된다.

학살 이후 실종된 가족을 찾기 위한 생존자의 길고 고요한 투쟁의 서사가 있다. 공간적으로는 제주에서 경산에 이르고. 시간적으로는 반세기를 넘긴다. 폭력에 훼손되고 공포에 짓눌려도 인간은 포기하지 않는다. 작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딸의 눈과 입을 통해 전해진다. 폭력은 육체의 절멸을 기도하지만, 기억은 육체 없이 영원하다. 죽은 이를 살려낼 수는 없지만 죽음을 계속 살아 있게 할 수는 있다. 작별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들 곁의 소설가 '나'는 생사의 경계 혹은 그 너머에 도달하고서야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이만한 고통만이 진실에 이를 자격을 준다는 듯이. 고통에 도달하는 길은 고통뿐이라는 듯이. 제현의 윤리에 대한 가장 결연한 답변이 여기에 있다. 언젠가부터 그의 새 소설 앞에서는 숙연한 마음이 된다. 누구나 노력이라는 것을 하고 작가들도 물론 그렇다. 그러나 한강은 매번 사력을 다하고 있다.

-신형철-

** 모처럼 차분한 마음이 됩니다. 한 달 남짓 쿵쾅거렸던 심장을 어루만지며 일상으로 회귀하는 중입니다. 오늘은 신형철 비평가님의 서평을 따라 적습니다. 이 작품을 이해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신다면 참 좋겠습니다.

-로당 작가 이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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